3일간의 재택근무 후기

2020. 2. 26. 18:58일단 쓰는 글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재택근무를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긴 출퇴근 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에 너무 기뻤지만 현실은... 마냥 좋지 않았다. 

 

1. 잦은 업무 메신저 확인으로 집중력이 떨어진다.

재택근무를 하다 보니 당연히 업무 메신저 사용이 늘어나게 되었다. 특히 메신저를 확인하는 빈도가 크게 늘어났는데, 그 이유는 평소보다 연락에 민감해져 있기 때문이다. 사실 사무실에서도 똑같이 메신저를 이용해 업무를 하지만 그때는 누가 자리에 있고 없는지 바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답장 속도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답장이 늦으면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오해를 사게 될까 봐 알림도 전부 켜 두고 가능한 빠르게 답장을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집중력이 분산되고 일의 효율도 떨어진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닐까 싶어 사내 게시판을 살펴보니 많은 동료들이 나와 같은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었다. 

 

2. 불편한 책상과 의자, 모니터의 부재 등 근무 환경이 열악하다. 

급작스럽게 재택근무를 하다 보니 제대로 된 환경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근무를 해야 했다. 사실 그전까지는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집 책상에 앉아있을 일이 없다 보니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는데, 하루 8시간 넘게 일해보니 사무실의 근무 환경이 너무 그립다. 특히, 재택근무가 길어지게 된다면 모니터를 구매할 의사가 있을 정도로 듀얼 모니터의 빈자리는 정말 크다. 안 그래도 거북목인데, 모니터 없이 노트북 화면만 보다 보니 자세가 더 안 좋아지고 있다. 재택근무를 하는 경우가 늘어나게 된다면 반드시 집에도 장비를 세팅해놓아야 할 것 같다. (장비값을 고려하면 그냥 사무실에 출근하는 게 나을 수도...)

 

3. 업무 습관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일 수도 있지만 출근길이 '침대에서 책상'이다 보니 어째 출근이 더 어려워졌다. (ㅋㅋㅋㅋ) 평소보다 늦게 일어나도 된다고 생각해서인지 매번 침대에서 꾸물대다가 결국 똑같은 시간에 출근을 하게 된다. 게다가 출근을 해도 출근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 일에 집중하기까지 시간이 꽤 걸린다. 시간이 해결해줄 수 있는 문제인 건 맞지만, 아무 때나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직장이 아니라면 새로운 업무 습관이 만들어질 때쯤 다시 사무실로 출근을 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럼 또 새로 적응해야 한다...)

 

4. 활동량이 급격하게 감소한다. 

사무실에서는 화장실, 사내 카페, 점심 식사 등 알게 모르게 몸을 움직이게 되는데, 집에서는 정말 움직일 일이 없다. 화장실이 너무 가깝고, 밥과 커피도 10 발자국만 걸으면 먹을 수 있다. 게다가 방해하는 사람이 없다 보니 자리에 더 오래 앉아있게 된다. 그래서 일을 마치고 나면 온몸이 너무 찌뿌둥해 평소에는 절대 안 하던 홈트레이닝까지 하게 되는 기적을 보게 된다. 그래서 이틀 차부터는 커피를 사 온다는 핑계로 잠깐이라도 나갔다 오고 있다. 조금 더 부지런하다면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짧게 러닝을 해도 좋을 것 같다. 장기적으로 재택근무를 하려면 일부러라도 몸을 움직이는 시간을 만들어야 하는 것 같다. 

 

5. 일과 삶의 분리가 더 어렵다. 

원래는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면 '와~ 퇴근했다!' 하는 생각이 들어야 하는데 지금은 퇴근을 해도 퇴근한 것 같지가 않다. 노트북만 닫으면 퇴근이라는 사실이 어색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업무 공간과 사적인 공간이 분리되지 않는다는 점도 한몫하는 것 같다. 이번 경험을 통해 프리랜서들이 왜 별도의 작업실을 구하는지 제대로 이해하게 되었다. 만약 재택근무 기간이 길어지게 되면, 적어도 가장 사적인 공간인 침실에서는 일을 하지 않을 예정이다.

 

 

그래서 결론은...

 

워낙 재택근무에 대한 환상이 컸어서 그런지 후기를 쓰다 보니 단점만 가득한 것 같지만 장점도 분명히 있다. 

 

무엇보다 식비, 교통비 등 여러 가지 비용과 출퇴근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 그리고 가장 많은 사람들이 걱정했던 원격 회의는 생각보다 불편하지 않았다. Zoom, 행아웃 등 원격회의 툴이 정말 좋아졌고 개인적으로는 각자의 모니터로 화면을 공유할 수 있어 오히려 대면 회의보다 집중이 잘 된다고 느꼈다. 이외에도 씻지 않아도 되고, 침대에 누워서 쉴 수 있는 등 소소한 장점들이 있었다. 

 

그러나 재택근무가 하나의 근무 형태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1번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느꼈다. 업무 효율을 크게 떨어뜨리는 문제이기도 하고, 다른 문제는 시간과 돈으로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면 1번 문제는 결국 '동료들 간의 신뢰'를 쌓아야만 해결되기 때문이다.

 

사무실 책상 앞에 앉아있는 것과 일을 하는 것이 별개의 문제라는 건 이제 모두가 알고 있다. 삶의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재택근무 또는 원격근무는 점점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재택근무를 무조건 지양하기보다는 현재 재택근무의 문제점은 무엇이고, 어떻게 하면 사무실이 아닌 공간에서도 업무 효율을 유지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재택근무의 환경이 열악하다는 것은 아직까지 이 시장에 새로운 기회가 많이 남아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언제까지 재택근무를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새로운 기회를 발견할 수 있는 기간이라 생각하고 내일부터 다시 불편한 점을 열심히 찾아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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