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북 어워드

2020. 2. 13. 23:26보고 듣고 생각한 것

2019년 한 해동안 읽었던 책들을 돌아보며, 가장 좋았던 책 몇 권을 소개하고 그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것을 간단히 공유하고자 한다.

 

 

 

2019년 최고의 책, <호모 데우스>  

2019년의 책 한 권을 꼽으라면, 유발 하라리의 <호모데우스>를 선택하고 싶다. (사실 국내에 출간된 지 꽤 지난 책이지만, 매번 미루다 이제야 읽었다…) 전작인 <사피엔스>도 작가의 통찰력에 감탄하며 정말 재미있게 읽었었는데, <호모데우스>는 더 좋았다. 다만, 앞쪽의 내용은 사피엔스의 요약에 가까워서 사피엔스를 읽은 사람이라면 조금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 외에는 모든 내용이 좋았다.

 

사실 나는 ‘미래’라는 말을 들으면, AI나 블록체인 같은 단어들만 떠오를 뿐 구체적인 모습이 잘 그려지지 않았다. 뭔가 기술이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는 건 알겠는데, 발전한 기술이 어떻게 내 인생에 영향을 준다는 것인지는 와 닿지 않았다. 그래서 그저 광고 속 모습처럼 삶이 더 편리해지겠구나 하고 말았다. 

 

그런데 새로운 시각으로 미래를 바라보는 <호모데우스>를 읽으면서 상상해본 적 없던 미래가 구체적으로 그려졌다. 물론 아직까지는 작가의 생각일 뿐이지만 광고 속 화려한 미래의 모습보다 훨씬 더 와 닿았다. 인간이 지금까지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었던 ‘죽음’을 극복할 수 있는 기술이 생긴다면, 분명히 인간은 그 기술을 이용해 불멸을 얻을 것이고 그렇게 업그레이드 인간인 ‘호모데우스’가 탄생할 것이다. 약간은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지만, 호모데우스의 탄생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작가는 여러 근거를 들어 설명한다. 

 

이런 미래는 당연히 두렵고 외면하고 싶다. 하지만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미리 알고 대비해야 더 좋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작가 역시 현재 우리가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함께 제시한다. 결국 기술은 기술일 뿐, 기술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인간에게 달려있는 문제다. 단순히 기술의 밝은 면만 바라볼 게 아니라 잠시 멈춰서 이 기술의 어두운 면은 무엇인지, 앞으로 어떻게 기술을 쓸 것인지 생각할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예전의 나처럼 미래를 막연히 긍정적으로만 바라보고 있다면, 혹은 새로운 시각의 미래가 궁금하다면 꼭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그리고 나는 이 책을 계기로 앞으로 유발 하라리 작가의 책은 믿고 읽을 예정이다.)

내 목표를 바꿔준 책, <나는 내 파이를 구할 뿐 인류를 구하러 온 게 아니라고>

현재 내 1차 목표는 ‘아파트를 마련해서 나의 가장이 되는 것’이다. 

 

자취를 시작하고나서부터 그럴듯한 집을 갖고 싶다는 욕망은 항상 있어왔지만, 나 혼자 살기 위해 ‘아파트’를 구매한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었다. 혼자 살 집은 자연스럽게 오피스텔이나 원룸을 떠올렸었고,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파트는 결혼 후에나 살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나 스스로를 한정 짓고, 내 욕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는 내 욕망이 무엇인지 알고, 뚜렷해진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내 또래 여성들이 꼭 한 번쯤은 읽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인상 깊었던 구절도 함께 적는다. (작가님이 운영하시는 울프소셜클럽도 꼭 가볼 거다.) 

 

나는 내 힘으로 아파트를 사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어릴 때부터 아파트를 욕망했지만 그것은 결혼을 통해서나 얻을 수 있는 무엇이자, 얼마 안 되는 월급을 모아선 살 수 없는 어떤 것이자, ‘계급 상승’과 동의어였다. ‘나에겐 아파트를 혼자서 획득할 능력이 없다’고 스스로 믿어버렸다.
2, 30대엔 내 욕망을 헷갈렸다. 불안을 결혼으로 해결하려 했다. 하지만 지금은 분명히 말할 수 있다. 내가 갖고 싶었던 건 언제나 남편이 아니라 아파트였다고. 이제라도 정확한 진단이 이루어졌으니 해결책도 분명해진다. 필요한 건 결혼이 아니라 적금이고 펀드고 재테크다. 세대주로서의 감각이다.

나를 반성하게 만든 책, <선량한 차별주의자>

제목만으로도 나를 돌아보게 만든 이 책은 다양한 사례를 들어 차별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면서 선량한 마음만으로는 차별이 사라질 수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선량한 차별주의자가 되지 않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사실 이 질문에 대해 책에서 명확한 답을 주진 않는다. 하지만 읽다 보면 구조적 차별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현실에서 차별은 어떻게 나타나는지, 어떻게 무의식적으로 우리가 차별에 가담하고 있는지는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이해를 바탕으로 나 역시 선량한 차별주의자라는 것을 깨닫고 나면, 보이지 않던 차별이 보이기 시작한다. 

 

문제 해결의 시작은 결국 ‘불편함’을 느끼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더 많은 사람들이 차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프로 불편러가 되었으면 좋겠다. 만약 평소에 불편함을 전혀 느끼지 않는 지인을 발견한다면 고민 없이 이 책을 추천할 거다. 

손에서 뗄 수 없었던 책, <Bad Blood>

<Bad Blood>는 한때 10조의 기업가치를 가졌던 실리콘밸리의 바이오 스타트업, Theranos의 성공과 그 뒤의 숨겨져 있던 실체, 그리고 몰락이 담긴 논픽션이다. 

 

우선, Theranos의 주요 인물뿐만 아니라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로 진행되는 점이 좋았다. 신념과 용기를 가진 사람들 덕에 진실이 밝혀지는 후반부는 소설보다도 흥미진진했다. 또, 책을 읽다 보면 ‘어떻게 이런 기업이 실리콘밸리에서 그렇게 많은 투자를 받을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는데,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서 나를 돌아볼 수 있었다. (여러 번 뼈 맞았다)

 

실제 사건 자체가 워낙 흥미롭기도 하고, 책 자체도 읽기 쉽게 구성되어 있어서 스타트업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비문학 경영도서에 조금 지쳤다면(과거의 나처럼…) 이 책을 강력 추천한다.

간단한 회고

 

 

 

2019년에는 총 18권의 책을 읽었다. 20권을 읽는 게 목표였지만, 취업을 준비하다 보니 마음의 여유가 없어 책을 펼치지도 못했던 날이 너무 많았다. 그래도 뭐… 이 정도면 스스로를 칭찬해주고 싶다.

 

또, 문학과 비문학을 골고루 읽고 최대한 다양한 분야의 책을 접하자는 나름의 기준이 있었는데, 어쩌다 보니 올해는 유독 몇몇 분야의 비문학을 많이 읽었다. 마음의 여유가 부족했던 것이 원인인 것 같기도 하고, 그냥 비문학을 더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고… 어찌 되었건, 좋은 책을 많이 만나서 행복했다.

 

2020년 목표는 크게 두 가지다. 업무 관련 도서의 비중을 더 높이는 것과 책을 손에서 놓지 않고 ‘꾸준히’ 읽는 것.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다시 열심히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