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아메리칸 팩토리>

2020. 2. 19. 23:26보고 듣고 생각한 것

※ 스포 주의

 

<아메리칸 팩토리>는 GM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대규모의 일자리가 사라진 오하이오 주에 한 중국 기업이 공장을 세우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처음 분위기는 밝다. 미국인 노동자들은 이전보다 좋지 않은 보상에도 불구하고 그저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낯설지만 중국인 노동자들과도 조금씩 적응해 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열악한 노동환경, 문화 차이, 경영 방식으로 인해 갈등은 커져만 가고, 결국 노조 설립 여부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한다.

 

몇 가지 인상적인 장면들이 있었는데, 미국 관리자들이 중국 공장을 견학하면서 보게 되는 모습들은 경악 그 자체였다. 중국 공장의 노동자들은 말도 안 되게 열악한 노동환경에 노출되어 있었다. 게다가 아침마다 회사를 찬양하는 노래를 부르고, 공연도 한다. 아직도 저런 문화를 가진 회사가 있다니… 그 모습을 본 미국 관리자들은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YMCA 노래에 맞춰 율동을 추셨던 것을 보면 받아들이신 걸까) 하지만 머릿속에 가장 오래 남아있는 장면은 한 미국인 노동자와 중국인 노동자의 퇴근 후 모습이었다. 언어, 외모, 문화 등 모든 게 달라 보이고 실제로 다를 것 같았지만, 결국은 모두 같은 고민을 하는 ‘노동자’였다. 

 

이 중국 기업은 결국 여러 수단을 이용해 노조 설립을 막아내고, 이후 남은 노동자들도 조금씩 기계로 대체하며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데에 성공한다. 하지만 이게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처음으로 중국 기업에서 일하게 된 미국인 노동자, 미국의 낯선 환경을 마주한 중국인 노동자 모두에게 적응의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러나 회사는 처음부터 높은 생산성만을 요구했다. 이에 자연스럽게 노사 갈등이 발생했고, 결국 생산성을 더욱 악화시키게 되었다. 회사 입장에서 분명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만약 노동자가 각자의 속도를 찾을 때까지 회사가 조금만 기다려줬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미국인과 중국인 모두를 포용해 시너지를 만들어 낸 최초의 기업이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생산성을 근거로 수많은 일자리가 로봇으로 대체되고 있는 지금이 회사가 노동자에 대해 가장 깊이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노동자를 단순히 회사에 ‘고용된’ 사람으로 바라볼 것인지, 회사와 ‘함께 일하는’ 사람으로 바라볼 것인지 회사의 결정에 따라 앞으로의 미래가 많이 달라지게 될 것 같다.